모두가 잠든 새벽 1시 32분, 적막을 깨는 한 통의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생활고와 채무 독촉, 배우자를 잃은 상실감 속에서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위태로운 신호를 보낸 한 여성의 절박한 외침이었습니다. 이 신호를 가장 먼저 포착한 것은 잠들지 않는 인공지능이었습니다. 인공지능은 즉시 위기 신호를 분석해 129 보건복지상담센터와 109 자살예방상담센터로 연결했고, 골든타임 안에 대응이 이뤄지며 소중한 생명을 지켜냈습니다. 데이터 속 미세한 흔적에서 사람의 숨소리를 찾아낸 이 사례는 기술이 생명을 살리는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상징적인 장면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20일 보건복지부와 한국사회보장정보원에 따르면, 우리 사회는 과거 ‘송파 세 모녀 사건’처럼 도움이 필요했음에도 제때 발견되지 못한 비극을 겪은 바 있습니다. 당시에는 행정 데이터가 위기를 뒤늦게 포착하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었고, 그 공백은 고스란히 생명의 위기로 이어졌습니다. 이에 사회보장정보원은 “몰라서 혜택을 받지 못하는 복지는 없어야 한다”는 문제의식 아래, 21개 기관의 위기 정보 47종을 연계해 빅데이터 기반 위기 탐지망을 구축해 왔습니다.
다만 단전·단수, 체납 기록과 같은 행정 데이터는 위기가 이미 깊어진 뒤에야 드러나는 과거 지표라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에 따라 정보원은 올해부터 행정 기록 중심의 탐지 방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웃의 관심과 현장의 신호를 실시간으로 반영하는 패러다임 전환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 핵심 수단이 바로 ‘복지위기 알림 앱’과 ‘AI 활용 초기상담 서비스’입니다.
복지위기 알림 앱은 국민 누구나 주변의 위기 상황을 발견하면 사진과 위치 정보를 첨부해 즉시 신고할 수 있는 상향식 서비스입니다. 임대료 체납으로 어려움을 겪는 독거노인의 상황을 집주인이 알리거나, 집배원·검침원 등 지역사회 안전망 종사자들이 현장에서 느낀 위험 신호를 곧바로 시스템에 반영하는 방식입니다. 특히 전국 1만 7천여 곳에 이르는 CU 편의점이 ‘생활 속 복지 초소’ 역할을 맡게 된 점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편의점 점주가 도움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이웃을 앱으로 신고하면, 지자체 공무원이 20분 이내에 확인에 나서는 체계가 갖춰졌습니다.
현재 복지위기 알림 앱은 약 13만 명이 내려받았으며, 하루 평균 30여 건의 신고가 처리되고 있습니다. 눈길을 끄는 점은 신고자의 약 70%가 본인이라는 사실입니다. 이는 사회적 고립 가구가 스스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새로운 통로가 열리고 있음을 의미하며, 위기를 조기에 드러내는 중요한 계기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웃의 신고가 국민의 목소리라면, AI 초기상담 서비스는 이에 응답하는 국가의 손길입니다. 1600-2129 번호로 이뤄지는 이 서비스는 위기 의심 가구로 선별된 국민에게 인공지능이 먼저 전화를 걸어 생활 상황과 필요한 복지 지원을 파악하는 지원형 상담입니다. 보이스피싱 우려를 차단하기 위해 지자체가 사전에 안내 문자를 발송한 뒤 전화를 거는 방식으로 설계돼 신뢰성을 높였습니다. 상담 과정에서 위기 가능성이 감지되면 즉시 전문 상담 인력과 연결돼 보다 촘촘한 지원으로 이어집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가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사회 안전망의 성격을 바꾸는 시도라고 평가합니다. 행정 데이터라는 ‘차가운 기록’에 이웃의 관심과 인공지능의 분석을 더함으로써, 위기를 사전에 포착하고 선제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기술이 효율성을 넘어 생명을 지키는 역할을 수행하는 ‘따뜻한 기술’로 진화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정부는 앞으로도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해 복지 사각지대를 더욱 촘촘히 메워 나간다는 방침입니다. 데이터 속 작은 신호를 놓치지 않고, “죽고 싶다”는 절박한 외침이 더 이상 홀로 사라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한 사람의 생명이 통계가 되기 전에, 사회가 먼저 손을 내미는 구조를 완성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습니다.